나는 대학원 생활 중에 극지연구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승선 하여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존에 배를 타본 경험은 조금 있었지만 결빙지역에서 쇄빙을 하며 항해를 하는 쇄빙선을 승선 하여 한달 동안 선내 생활 하는 것에 대해 설레 였다. 2019년 11월 22일부로 아라온호가 정박 하여 있는 뉴질랜드 리틀턴 항구로 출발 하였다. 승선을 하기 전 멀리서부터 아라온호를 보았을 때 거대한 크기와 강렬한 붉은색이 인상깊었다. 승선하여 갑판에 올라 서니 여러가지 거대한 연구장비들을 보며 앞으로의 연구에 기대를 하였다. 내가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배의 내부를 둘러보니 한달 동안 생활 하기 충분한 시설이 갖추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 보다 키가 큰 편에 속하여서 생각보다 낮은 천장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다. 승선 한지 2일 뒤 아라온호는 나에게 커다란 기대를 안기고 출항을 하였다. 먼 바다를 나가는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멀미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 적응을 하여 긴장감이 줄어 들었다. 시야에서 육지가 안보이는 대양에 들어 섰을 때 평생 보지 못했던 광경이 내 눈에 담겨 아주 감격스러웠지만 수영을 못하는 나에게 망망대해 위에 있다는 생각은 무섭기도 했다. 내가 승선한 1항차는 남극 장보고 기지에 물자 보급도 일정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9~10일간 항해를 하여 장보고 기지에 정박을 하였다. 4일간 정박하여 장보고 기지의 대원 분들과 승조원 분들이 필요한 식품, 연료 등 필요한 물자들을 옮기는 일을 수행하셨다. 나는 기지에서 출항하기 전날 장보고 기지에 들어가서 내부와 외부를 구경하며 맛있는 저녁 식사도 하였다. 아주 좋은 시설을 갖추었지만 1년동안 기지에서 생활 하시는 월동대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장보고 기지에서 출항한 아라온호는 연구 지역인 남극중앙해령 Leaky Transform 구역으로 항해를 시작 하였다. 1항차는 보급 목적의 항차였기 때문에 연구 기간은 6일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Leaky Transform 구역을 세계 최초로 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선내 연구원 분들은 큰 기대를 하였다. 이번 연구는 남극중앙해령에 대한 지형 및 자력 탐사, 해저 면과 주변 해저 화산의 암석 시료채취를 통하여 지각 활동 및 맨틀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탐사 중 중요한 것은 해령의 축을 찾는 것이 였다. 중앙해령의 직선 형태의 축은 여러 부분으로 분할이 되어있기 때문에 각 부분에 축을 찾아야 한다. 탐사 구역에 도착한 후 Multibeam Echo Sounder라는 장비를 작동 시키고 해저 지형 조사를 하며 해상 자력계를 투하하여 자력 이상값을 얻었다. 해저 지형도에서 해령 축의 지형적 특징과 함께 자력 이상 값이 대칭 되는 곳을 축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기본적으로 중요한 탐사의 장비가 원활히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축으로 의심되는 곳을 찾으면 Rock core를 해저 면에 투하 시켰다. 해령 축에서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급격히 냉각 되어 유리질의 형태를 띄는 암석을 60m/min의 속도로 Rock core를 투하 시켜 암석에 타격을 준 후 발생한 파편을 건져 올린다. 그리고 주변 해저 화산의 비탈 면에 있는 암석을 긁어 모을 수 있는 Rock dredge라는 탐사를 하였다. 획득한 시료들은 화학 분석을 통하여 맨틀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쓰인다. 이렇게 정확히 해령의 축을 찾고 그 지역에 대한 시료를 채취하는 일을 분할된 각각의 구역마다 실시를 하였다. 축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여서 만족하지 못한 시료를 얻을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모든 일은 시행착오가 있는 법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 하지 않았다. 몸이 지쳐서 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예전 수업시간에 책으로만 보고 배운 내용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는 흥미가 더 컸기 때문에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길지 않은 6일간의 연구 활동이 끝나고 아라온호는 다시 리틀턴 항구에 도착을 하였다.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 뉴질랜드의 여름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 주었다. 이번 아라온호를 승선하면서 일반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는 이 연구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연구원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 났고 해양 데이터도 매우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평생 경험 못 할 수도 있는 이번 연구활동은 일반적으로 육상 탐사를 자주 하던 나에게 정말 인상적이었고 지구물리라는 분야에 더욱더 관심이 깊어졌다.